
오래 기다리렸습니다!
거의 한 달만의 번역이로군요.
그 동안
아무튼 이걸로 이야기는 끝.
하루카의 그 한마디는 카나타에게 있어서 구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죠.그녀는 단지 그 한마디만을 위해 살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참고로 이야기 중에 나오는 DVD는 엑스터시에서 추가된 쿠도의 에필로그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호응이 있다면 이 에필로그도 언젠가 번역할지도 모르겠군요.(번역한 분이 아직 없다면 말이죠.)
그리고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득한 저편의 원문은 はるかかなた입니다.읽으면 하루카카나타.
역시 그 이름은 그걸 노린 걸까요.
p.s.후반부에 어울리는 BGM은 개인적으론 ' 遥か彼方 ~instrumental~'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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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ce.3
"리키, 불러서 미안해요."
"아니, 괜찮아. 얘기하고 싶다는 건 뭐야, 쿠도?"
가정과부실에 온 리키는 나에게 물어봤다.
"저기…….후타, 후타키 상에 관한 일이에요."
"후타키 상? 어째서 또?"
난 책 한권을 내밀었다. 밑줄과 적은 글들이 잔뜩 있는 책. 그 책을 펼치면서 다다미에 앉는 리키.
"어려운 법률 책 같네."
"후타……키 상이 필요 없으니 준다고 저한테 얘기했어요. 저한테 필요 없으면 버려 달라고."
"그렇구나."
"예에요."
리키의 옆에 앉았다. 닿아진 어깨의 온기를 느끼며 생각했다. 타인의 체온은 언제라도 좋았다.'난 여기에 있다'라고 확인 할 수 있다.누구든지 어디에도 없다. 온기에 닿는 순간 알게 되는 '후 엠 아이'의 답.
"쿠도는 어떻게 하고 싶어?"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어요……."
"그렇구나."
"……어느 쪽이 옳은 건지, 옳지 않은 건지. 망설여져요."
"응."
"침묵에 잠겼다. 가정과부실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활짝 열린 창에서 들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그것이 계절이 바뀌어 간다는 걸 느끼게 했다.'탁'하고 책을 덮는 소리.
"쿠도는 이미 답을 정해놓은 거지."
"……예."
"그 답이 옳은지 어떤지를 정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니야. 옳다는 건 아마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쿠도는 어땠어? 그 DVD는 쿠도에게 옳다는 걸 보증해 줬어?"
"……제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 보증해줬어요. 하지만"
리키는 아무 말 없이 다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것이 옳음을 보증해주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역시 틀렸을지도 몰라요. 제가 목표로 하고 있는 건 잘못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하지만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만.
"언젠가……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응, 그래. 날 수 있으면 좋겠네, 쿠도."
리키의 말을 되씹으면서 창을 봤다. 실내의 조명 탓에 보이진 않지만, 밖의 풍경의 끝엔 내가 언젠가 목표로 할 별의 세계가 있을 터였다.
"자, 베르카. 가만히 있어요."
목줄과 끈을 보여주자 베르가는 붕붕 머리를 흔들었다.
뒤뜰에서 베르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괜찮아요. 목줄은 무섭지 않아요."
붕붕붕붕.
"정말, 어쩔 수 없네요. 스트레르카를 본받으세요, 베르카. 저도 하고 있다고요?"
목둘레에서 은사슬을 꺼냈다. 짤랑짤랑 소리를 내는 건 타버린 인식표.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이 아픔을-후회를-안고서 앞을 향하기로 정했으니까, 웃는 얼굴로 있으려고 한다.
"무섭지 않아요…….응, 전혀……무섭지, 않아."
베르카를 꼭 껴안았다.
끄응~?
베르카가 뺨을 핥아 주었다. 그 따스함이 기뻤다.
"아침 산책?"
시원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과 함께 털썩하는 소리가 났다. 종이 봉지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후타……후타키 상."
"좋은 아침, 쿠도랴후카."
오른손에 든 건 죽도 자루인 듯 했다.
"굿모닝이에요. 아침 연습 인가요?"
"얼마동안 쉬고 있었으니까. 오랜만이야."
'휘익'하고 죽도가 소리를 냈다.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으면 휘두르려고 했어."
"……그런가요."
꽉 차게 무거운 것이 들은 듯 한 종이 봉지.
"그 안은 책인가요?"
"왜, 갖고 싶어?"
"그런 건 아니지만……."
후타키 상은, 하고 이어서 말하려던 난 깨달았다. 성으로 부르는 것. 그건 무의식 적으로 한 발 내딛으려는 걸 피하는 탓이 아닐까 하고.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 보단,틀림없이 말하는 쪽이 낫다.
"……그런 게 아니라…….저기, 카, 카나타 상."
떠나가려던 발이 멈췄다. 카나타 상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변호사가 되고 싶었나요."
그녀의 등에 던진 질문의 답은 긴 침묵 끝에 혼잣말처럼 돌아왔다.
"……그러네.'정의의 사자'가 되고 싶었어.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누구도 우릴 도와주진 않았다해도, 절망 따윈 할까보냐라고 생각했어. 구원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면, 나 자신이 누군가를 위한 '정의의 사자'가 되겠다고…….이 학교에 오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젠 읽는 일도 없어졌으니까."
카나타 상은 모든 걸 과거형으로 이야기했다.
"어째서 포기하는 건가요?"
"'어째서'?"
"예에요. 어째서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하지만 하나씩 버려야만 하니까 라고 생각했어."
"그만두면, 안돼요."
내 말에 카나타 상은 뒤돌아보았다. 동요한 건지 죽도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만두지 마세요. 버리면 안돼요. 그것이 꿈이라면……포기한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쿠도랴후카, 하지만"
"하지만……버려서 뭔가가 변하는 일은 없어요. 그래도, 버리는 건 간단해요. 버리는 걸로 뭔가를 정한 듯 한 느낌이 들진 않나요? 그렇지만 좀 더 좋은 방법이 있을거에요. 버리고서 끝내버리는 것보단 좋은 방법이, 틀림없이."
인식표를 손에 쥐었다.
"그 책은……카나타 상의 노력은……카나타 상의 꿈이 아닌가요."
깜짝 놀란 듯이 날 쳐다보던 얼굴을 숙인다.
"쿠도랴후카, 난 말이야. 나 따윈 없어지는 게 낫다고 쭉 생각해 왔어."
사그라질 듯 한 목소리, 그걸 부정하려던 나보다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
"바라지도 않는 걸 입에 담는 건 나쁜 버릇일거야. 그런 건 바라지도 않으면서. 원하는 말하지 못하니까 잃어버린다는 걸 배웠을 텐데. 말로 할 용기가 없어 겁쟁이인 채로, 하지만, 난 이대론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목소리가 들리는 곳. 거기엔 사이구사 상이 있었다. 언제나의 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릿광대 아래 있는 진짜 얼굴.괴로워보이지만,힘들어보이지만,그래도 뭔가 결의를 숨긴 얼굴. 사이구사 상은 왼손으로 머리끈을 풀고선 그걸 교복 주머니 집어넣었다.'쏴아'하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을 흔들었다. 공중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때문인지 미세한 오렌지 민트 향이 났다.
"카나타"
조용히, 이름이 불려졌다.
누군가가 말했다. 이름만은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는다. 내가 '쿠도랴후카'인 것처럼, 사이구사 상이 부른 그 이름엔 확실히 힘이 있었다.
그건 아득히 저편에 있는 그 사람이 있는 곳까지 닿을, 힘.
'꿈틀'하고 몸을 떨며 고개를 드는 카나타 상.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든다. 중얼거림이 들렸다.'뭔가를 바랄 자격 따윈 없어'라고 말한 것 같았다.
"함께 힘내자. 우리들을 위해서. 우리 같은 아이들을 위해서. 그러니까, 그걸 버리면 안 돼."
결의를 담은 발걸음으로 카나타 상에게 다가간 사이구사 상은 카나타 상의 손을 잡고, 책을 내밀었다. 거절하는 그 손을 감싸고, 꽉 잡으면서 말했다.
"언니라면"
사이구사 상은 음미하는 듯이 말했다.
"언니라면,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카나타. 힘내."
"하루……카……."
많은 감정이 뒤섞여 일그러진 얼굴을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숨기는 카나타 상. 책을 잡은 손이 조그맣게 떨렸다. 뚝, 뚝 지면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슬쩍 뻗은 손을 카나타 상은 조용히 받아들였다.
-후회 하지 않는 일은 없다. 언제나 후회만을 잔뜩 안고서, 잘못된 걸 간단히 선택하고, 껴안은 채, 단지 고개를 숙이는 것뿐이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언제나 강한 채로 있을 순 없지만 마음의 조각을 쥐고선, 난, 우리들은,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걸 위해, 세계의 톱니바퀴가 되겠다고, 맹세했었다.
그러니까, 앞을 향한 채, 마음을 안고서, 걸어간다.
아득한, 저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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